공연

서울 시향의 2011 말러 심포니 사이클 V

edina 2011. 12. 10. 12:20

세상을 향한 말러의 마지막 메세지, 9번 교향곡

 

일 시 :  2011. 12. 9(금) 오후 8시

장 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지  휘 : 정 명 훈

 

연초에 미리 예매를 했던 공연이다.

 

베토벤, 슈베르트, 브루크너, 드보르작 등 앞서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하고나서

죽음을 맞이한 것을 유난히 의식해

'대지의 노래'를 작곡하고는 9번이라 이름붙이지 못하고, '9번'을 피해보려고 했으나

어쩔수 없이 붙여진 '9번 교향곡'

결국 운명처럼 이 곡을 작곡하고 그 이듬해 세상을 떠난 구스타프 말러

 

겨울이 불쑥 오지 않고 서성거리는 날들

첫 눈도 내리지 않아 싱겁기만 한 겨울날이었다.

아침에 눈이 조금 내리더니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모처럼(?) 영하로 떨어진 날씨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 제법 빰에 찬기가 느껴진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예술의 전당 입구는 축제 분위기다.

 

사람들 얼굴에도 들뜬 분위기

 

훗날  '이별'이라는 표제가 붙여진 교향곡 9번

빈 오페라 극장 감독직 사임, 큰 딸 푸지의 죽음, 심장 이상 진단 의 불행 한 사건을 한꺼번에 겪으며

'삶이란 덧없는 것' 이라  되뇌였던 말러 

그를 만난다.

 1시간 30분 휴식시간 없이 연주된다.

정명훈

체격도 크지 않은 그가 지휘대에 올라서면 무대가 꽉 차는 느낌

그만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좌석이 A석 5열이라 대기실에서 문을 열고 무대로 나오는 그의 모습을 일일이 볼 수 있었다.

흐트러짐 없이 무표정으로 무대를 향해 걸어나오는 모습

멋 있 다.

 

현악기로 조용히 시작되는 1악장

말러는 곡 초안에 ' 오, 젊음이여! 사라진 것이여! 오, 사랑이여!, 흩어진 것이여! '

라고 적었다는 1악장,  25분간 사람들의 숨소리도 없이 연주가 이어진다.

2, 3악장에서 조금은 긴장을 풀고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악장

나는 이 4악장만으로도 이 곡의 느낌을 충분히 이해할듯하다.

현악기 모두가 조용히 장을 연다.

 

너무나 장중하고 가슴 깊이 슬픔이 파고 드는듯한 감동에 절로 눈물이 울컥한다.

이 깊은 슬픔을 끌어내는 이는 누구일까

말러일까, 정명훈이었을까

 

'오, 아름다운 세상이여! 사랑이여! 안녕! 안녕! 세상이여! 안녕히!"

말러는 이렇게 세상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한가닥 한가닥 끊길듯한 현의 소리로 그렇게 1시간 30분의 감동이 끝났다.

정명훈, 그가 비로소 입가에 미소를 띠며 돌아선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며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선다. 기립박수

커튼콜은 없었으나 몇 번을 무대로 나와 미소를 보내고 답례를 했고,

일일이 단원들을 다 소개하는 그 모습이 커튼콜이상이었다.

 

현장에서 CD를 한 장 샀다.

 그리고 얻어온 정명훈 브로마이드를 보면대 위에 붙여 거실에 놓았다.

추운날 , 이미 어두워진 시간에 버스를 타고(전에 한번 차를 가지고 갔다가 퇴근 시간과 맞물려 밀리는 길과,

주차하러 주차장 가는 길에 밀려 공연을 늦을 뻔한 적이 있다) 예술의 전당까지 가는 일

쉽지않은데 이렇게 어제의 감동이 오늘 이 시간까지 남아 마음이 넉넉해지는 이 소중한 '남김'

사는 동안 소진할 에너지원 임이 분명하다.

 

오늘 아침

비로소 눈다운 눈이 내리고 있다.  길이 하얗다.

12층에서 바라보니 눈이 하늘로 올라가는듯

그렇게 펄펄 쏟아지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다시 듣는 '9번'  눈가가 축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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