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깊은 가을 이야기

edina 2008. 11. 21. 19:03

#  1

어제 갑자기 먼 곳에서 친구가 왔다.

 

갑자기라  볼러낼 수 있는 친구 둘을 보태 넷이  뭉쳤다.

 

길거리에서 센베이 과자 한 봉지 사서 먹으며 주책도 떨고

 

오리구이 안주 삼아 소맥도 한 잔 했다.

( 와아~  맥주까지 소주로 변할줄이야..  �때까지 엄청 보대꼈다)

 

술도 깰겸 노래방가서 꽉꽉 소리도 지르고

 

그래도 오랜만에 깔깔대며  스트레스도 확 풀어버렸다.

 

저 아래에는 눈이 온다고 걍 눈 오는데 가자는 친구 달래서 집에 보내고

 

늦은 시간 몰래 집으로 ~ 잠꾸러기 남자는 이미 자고 있다.

 

아침에 -  어제 몇시에 왔어?

          -  웅 10시 ~~            

 

출근시키고 뒹굴대다가 마구 자라고 있는 생머리 대책 세우려고

 

나섰다.

 

날이 더 추워졌다.  휑 바람이 부는 아스팔트위로 앞 차 꼬리에서부터

 

낙엽이 우르르 몰려간다.  참 좋 다. 이 늦 가을의 이 모습.

 

가슴까지 비록 낙엽이 구르는것 같지만..

 

오랜만에 와보는 미장원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자르진 말고 볶기로 했다.

 

일을 할 때는 그렇게 단발 커트를 고집했는데

 

여자들이 단호해야할때는 머리가 짧아진다고 하더니 맞나보다.

 

머리에 너그러워지고 싶다. 

 

몇 시간의 고난의 시간끝에 머리가 볶아졌다.  이렇게 볶아보긴 몇 년만에 일이다.

 

집에 돌아왓더니 딸년하는 말.

 

- 헉~~~  아니 딸하고 같이 놀고 싶어유~~

 

- 왜? 

 

- 요즘 애들 하는 머리잖아

 

- 그러냐..  몰라 그냥 웨이브 적게 해달랬더니~~~

 

우리집 곰 표 남편은 퇴근해서 왔는데 마누라 머리 볶은것도 모른다.  으그~

 

 # 2

지난 금요일은  시를 쓴다는 사람 셋이 모여 술 한잔.

덕수궁 옆 할매보쌈집이다.

 

나보다 선배이신

덕수초등학교- 진명여중고 -홍대미대를 나온

정말 화초처럼 살아왔는데

결혼하고 잘나가던 남편이 갑자기 죽어 아들과

단촐히 어렵게 살아온 사람이다.

 

요즘 먹고 살기 위해 전혀 할것 같지 않은 부동산 중계일을 도우며

밥벌고 있단다.   그의 글을 읽으면  참 마음이 편안하다.

사는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난 글임에도

그래서 좋아하는데..  도와줄 수가 없다.

이렇게 술이나 한 잔 살 밖에..

 

요즘 부천에서 홍제동으로 전셋집을 옮겻다기에 왜 옮겼나 물었더니

'이순신 장군 동상 때문에'  한다.

 

이그..  이런 마음으로 그저 살아갈수는 없는걸까..

 

 

토요일은 선배 딸 결혼식

강남 모 호텔서 있었다.   신부가 어찌나 이쁜지 눈이 부시다.

그러면서도 씁쓸함이..  

딸 공부시켜  몇 억 들여 시집보내는 현실이라니.. 

 

이래야 하나..  난 우선 멀리 미국으로 시집보내는 건 싫다.

나의 이 국수주의(?) ㅎㅎ

천년만년 살거 아닌데 그냥 평범하게 키워 평범한데로 시집 보내

가까운데서 알콩달콩 지지고 볶으며 살고 싶다.

 

이미 늦가을인가.  겨울 준비를 해야하나..

마음이 축 내려앉고  있는데 띠릭 ~~ 들어온 문자 하나가

이 아슬한 마음을 그냥 여지없이 바닥으로 밀어버린다.

 

너와 나 사이의 간극

우리란 넓어진 사이를 조금은 좁힐 수 있지만

결코 닿을 수는 없는 사이란 걸 가끔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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