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어디든. 그러다 중앙일보에 실린 '영월 슬픔이 봄을 휘감다'
글을 읽고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정말 떠났다.
배낭을 꾸리고 신영복님의 ' 나무야 나무야' 를 들고.
동서울터미날에서 영월행 버스 표를 끊고
롯데리아에서 커피를 마시며 차시간을 기다리는동안 책을 열었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
과거와 현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등버스는 쾌적하다. 한잠을 잤다. 휴일인데도 도로는 그렇게 밀리지 않는다.
영월에 내렸다. 터미날 내라자 마자 눈에 띠는간판이 '베스킨라빈스'다.
일단 굶지는 않을것 같다.
지도를 보며 영월역을 찾아나서는데 시내에서 시위대와 마주쳤다.
아~ 오늘이 '근로자의 날'이구나. 생각을 하면서 작은 도시에서 만난 시위대의 모습은 오히려
시위라기 보다 무슨 캠페인을 하는듯 했다.
더 우스운건 시위대보다 훨씬 많은 의경들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도달한 시위대 역시 아무 부딪침없이 돌아간다.
영월역은 아주 한산했다. 차 시간이 길게 남았는지 대기실에는 몇 사람이 아예 누워 자고 있다.
라디오 스타에 잠시 등장했던 철길 모습
길은 텅비어 사람 모습이 보기 힘들다.
분명 낯선길인데 이 텅빈 길에서 문득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래서 내 땅인가.
지도를 보며 관풍헌을 찾아갔는데 잠겨져 있어 담넘어 눈요기만 할수 밖에 없었다.
청령포를 가는 길. 신문에 걸을 만하다기에 무작정 걸었는데
만만치가 않다. 이미 점심떄가 지나 배도 슬슬 고프고 목도 마른데 도대체 가게를 찾을 수가 없다.
거기다 한 낮에 햇살이 제법 따갑다. 힘이 들어 쉴까 생각하는데 청령포 표지가 보인다.
좁은 강물을 건너 작은 섬이 유배지 같지 않게 아름답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사진 찍힐 일이 없었는데 이곳에선 그냥 지나칠수 없어
젊은 연인에게 한 장 부탁했다.
삼면은 강물로 둘러쳐져 있고 뒤는 산으로 막힌 청령포는 천연으로 고립된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이 유배지가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수 있었다면 유토피아가 아니었을까.
섬 전체가 어쩌면 이처럼 아름답던지..
단종이 살았던 곳들을 둘러보는데 눈을 잡는 곳
망향탑이다. 단종이 정순왕후를 그리며 쌓았다는 돌탑이다.
시내로 돌아나오려는데 다시 걸을수가 없을것 같아 매점에 차편을 물어보니
콜택시를 불러준다. 택시를 타고 나오면서 기사님과 잠시 이야기하는데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내리면서 요금도 왕복요금 받으라 했더니 말도 안되다며
달랑 3500.. 그러면서 '선돌'이 이쁘니 꼭 가보란다.
일단 늦은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라디오 스타에 등장했던 자장면집을 찾았다.
구석에 박중훈이 사인한 것을 액자에 걸어놓았다
그러나 자장면 맛은 영 아니다. 배가 무지 고팠는데 결국 반도 못먹고 남겼다.
점심을 먹고 장릉으로 갔다. 능은 깊은 곳에 들어가 있고
주변 경관이 좋아 잠시 다리도 쉴겸 소나무 숲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소나무 향이 묻은 바람 냄새가 참 좋다. 우수수 흔들리는 나무 소리도.
장릉을 나서는데 마침 선돌 방향표시가 보인다.
입구 표검색하는 아저씨에게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거리는 얼마안되는데 차가 다녀 걷기가 좀 힘들거란다. 그 말에 그냥 걷기로 했다.
그런데.. 우와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올라오는 택시라도 있으면 잡으련만 없다.
구비구비 도는 길을 헉헉 대며 오르는데 여기가 300M라는 표지가 보인다. 다 왔나 싶어 주변을
살피는데 선돌까지 1Km 라나 .. 눈물이 날것 같다.
점심으로 먹은 자장면이 짰던 탓에 목도 무지 마른다. 땀을 철철 흘리며 드뎌 선돌에 도착했다.
다행히 작은 좌판에서 물을 팔길래 한 병 사서 멋는 순간, 그 맛. 1000원의 행복이여~
아~ 기억이 난다. 영화 '가을로'에서 본 그곳.
절벽의 절개지 아래로 강이 굽이굽이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동안
경계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따끈한 돌. 그 아래 내가 걸어올라온 길이 끝없이 내려다 보인다.
길
빠르거나
혹은 느리거나
늘 그 자리
당신 곁
나의 길
메모를 끄적인다. 하루 7시간을 걸었다. 그런데도 힘든줄 모르겠다.
몸속에 쌓인 불순물(?)들 ,생각들이 비워져 가벼워진듯하다.
짊어진 배낭때문에 어깨가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찜질방에서 마무리가 잘된 덕에 문제가 없다.
MP3 를 들으며 돌아오는 길.
린다에다 ' Noone knows Who I am ' 괜스레 눈물이 돈다. 왜였을까
이제 이 나이쯤이면 흐르듯 살아야 할텐데
아직 거스를 삶이 남은걸까....홀로 떠난 첫 트레킹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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