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을 다녀왔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고딩 때 수학여행이다. 부산을 처음 간 것이 바로
그때이니까.
기차를 타고 (그 당시에는 기차 타는 일도 흔치않은 일이었다)가다가 중간역에
잠시 서기라도 하면 옆 칸 남학교 학생들과 대면을 하게 되고, 어디선가 주소가 적힌 쪽지가 날아오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남여가 유별한지라 이성 만나기가 그리쉬운 일이 아니어서 이런 경험은 참으로 아슬한 느낌이었다.
그당시 우리에게 부산은 얼마나 먼 곳이었는지. 낯선 말, 낯선 시선들이 우리를 따라 다녔다.
숙소인 여관에서 받은 질 나쁜 밥상의 기억, 밤이면 여관을 탈출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몇몇이 기에 도망나오기도 했다. 나와봐야 딱히 갈 곳도 없는데 그 과정에서 느꼈던 스릴은 참 대단했다.
어쨌든 이번엔 KTX를 타고 갔다. 수다하면서 가서 그런지 금방 도착했다.
처음 간 곳은 충렬사. 임진왜란때 왜적과 싸우다 장렬히 순절한 부산지방의 호국선열들의 영령을 모신 곳이란다.
점심으로는 ‘금수복국’ 집에서 시원한 복지리를 먹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틀 동안 부산 곳곳을 누볐다. 아마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곳도 있으리라.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역시 범어사 다.
(일주문 사진이 없어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퍼왔다)
범어사에서
나무기둥 돌기둥에 얹혀
맞배지붕이 하나 된 일주문
들어서니
중생衆生의 시간 까마득하여라.
귀퉁이 떨어진
석등을 돌며
내 안에 들어오신 부처님이
당신안의 부처님을 마중하다
오죽烏竹의 혼魂 흔드는 댓잎소리
동백숲으로 사라져 가고
감아도는 내 외로움
날 선 가슴속으로 사끄러지다.
세상의 모든일(凡於事)속에
놓아주어야 할 시간들.
누리마루는 제13차 APEC 정상회담 (2005년 11월 18~19일)이 열렸던 곳.
우리 딸은 이 말을 ‘ 세상의 꼭대기’로 해석한다. 그도 그럴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