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늘 눈빛에 날을 세우고 있는 작은 녀석의 그 빛이 사그러 들은 것을 느낀 터라
나 : 슬기야~ 너 요즘 이상하다.
슬 기 : 왜요?
나 : 별나게 설치더니 그 낌새도 없구...
슬기 : 이제 별나게 안 살 거 얘요 . 별 나게 살아봤더니 이 사회가 그렇게 살려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 거든요.
나는 순간 한 방 맞은 기분이 되어
" 그렇게 살려면 진작부터 그러지 여태까지 에미 속을 태우더니 이제서 그러냐 ' 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이런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아이는 눈치를 채고는
" 엄마, 걱정마세요. 나, 지금 충분히 행복해 하고 있어요" 한다.
" 글쎄, 행복한 마음이 언제까지 갈 건지 엄마는 그게 걱정이다. " 라고 얼버무리면서 나는 내심 마음에 조바심이 인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학과를 못가 두 해를 헤매도 이제 다시 공부를 시작한 아이.
학교는 그렇다 치고 순간의 선택(전공)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아이에게 누차했던 터인데 아이는 그냥 아무거나 하면서 평범하게 산단다.
사실 자기 전공을 직업으로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마는 그래도 나는 그렇게 힘들여 한 공부를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자식들을 그렇게 만들(?)자고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돌변한 아이의 태도는 적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참으로 별난 아이였다.
외할머니가 키운 덕에 할머니따라 다닌 경로당에서 어깨너머로 한글보다 천자문을 먼저 배웠고, 학교 갈 시간도 잊은 채 책을 한 보따리 들고 화장실로 잠적해 할머니로 하여금 아이를 찾으러 온 동네를 헤매게 하는 일도 허다했다.
발명 노트를 만들어 거기에 쓸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주워모아 아이의 책상 서랍은 늘 온갖 데서 주워온 돌멩이나 잡동사니로 그득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담임 선생님 말이나 통지표에 쓰여지는 첫 번째 말은 늘 " 개성이 강하고.." 아니면 " 여자 아이가..."로 시작된다. - 행여 이런 말을 담임으로 듣는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그건 결코 긍정적이지만 않다.-
고딩이 될 때까지 아이는 자기의 소신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고, 그 뒤에서 에미인 나는 애를 태우면서도 아이의 그 의지를 결코 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했다. 다만 아이의 부적응이 염려되기는 했지만.......
그러던 아이가 드디어 그 소신을 꺽은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것인지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이든 우리라는 테두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꼴을 보지 못하는 우리네 편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았다. 직장에서도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애타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그 틀속에 들어오게 되는 사람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받아들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과연 어떤 것이 행복한 것인지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겠지만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슷한 모습이라니 조금은 슬픈 듯 하다.
내가 요즘 산책하는 산 길은 유난히 소나무가 많아 온통 노란 솔잎들로 마치 금잔디를 밟는 것 같다. 그 길을 내려오면서 어디서 굴러 온 것인지 빨간 단풍 잎 하나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잎을 소중히 주워 수첩속에 끼워 넣는다.
역시 다른 하나가 이렇게 섞여 있으면 눈에 띠는 것임을 실감하면서 이렇게 별난 사람에 대해 애틋한 생각을 갖고 있는 나도 어쩌면 별나서 스스로를 들들 볶으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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