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베란다 너머로 들어오는
안개의 냄새를 맡았다.
가을 안개의 냄새는 특이하다.
습한바람속에 갇혀있던 끝이 없을 것 같던 초록도
이제 성장을 멈추고
더위로 뭉툭해진 도시의 선들도 다시 각을 세우고 있다.
무성한 잎을 키운 만큼 이 가을 떨구어야 할 낙엽도 많아질 나무들..
우리의 생도 그러하리라 생각이 든다.
청춘이 화려했으면 그만큼 노년의 허탈함도 크지 않을까.
전임교에서 같이 근무하다가 이번에 교장 발령을 받은 샘을 축하해주기 위해
학교로 찾아갔다. 떡을 해가지고 ^.*
역시 나이가 들면 왜 승진을 해야하는지 이유를 알듯
번듯한 방에 교장샘을 뵈니 예전의 그와 다른 모습을 보는듯하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전해들은 두 가지 충격적인 소식
학교에서 체육부장으로 있던 J 샘이 암으로 투병중이란다.
건강한 모습에 마음도 너그럽던 사람인데
승진을 위하여 점수 있는 학교로 전출해 고생도 많이 하고
운도 안따라 이제야 교감 발령을 받았는데 부임도 못하고 휴직 상태란다.
온몸에 퍼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 요양원에 있다는데
사람들 문병조차 거부하고 있단다.
지금도 그 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살아있는게 살아있는게 아니다.
또 한소식
그 무렵 학교 생활을 접고 일찍 명퇴를 신청했다가 명퇴가 되지 않아 그냥
학교생활을 했던 여선생인 K 샘은 그 후 잘 풀려서(?) 지금은 모 중학교 교장이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관운이란것에 대한 생각....
K샘은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가지않은 길에 대한 미련.. 그러나 난 지금의 이 상황이 좋다. 아둥바둥 사는 일
그것이 비록 승진의 기회가 된다 해도 택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J샘이 암을 이겨내고 다시 복직했다는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꼭 찾아가서 얼굴 보리라.
아침에 느껴졌던 가을 느낌이 낮엔 완전 배신 때렸다.
어찌나 더운지 다시 더위 먹은 느낌
인디언 썸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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