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설픈 인연

edina 2011. 10. 6. 23:03

애초에 기대는 하지 않았던 인연이었다.

 

사이버에서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다는 것 자체에 대해 신뢰하지 않으니까

아니 오프라인에서도 퇴직하면서 많은 관계들을 정리했는데

누군가와 또 고리를 엮는단 말인지 

그저 너른 이 공간에서 서로 사는 이야기 기웃댈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

하려고 했다.  카페를 만들까 하기에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그러라고 답한게

빌미가 되어 마음에 어긋나는 곳임에도 그냥 버텨보려 했는데 아닌건 아닌거

 

내용은 같이 하는거라 말하면서 모든 결정은 혼자하고

그에 따르지 않는다는 비난은 돌아오고

무엇보다 어떤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들어와야 한다는 강요는 참기 힘들다.

그래도 그들대로의 틀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조용히 나왔는데

내가 없는 공간에서 내가 회자되고 있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속이 상했다.

 

아침에 가을 햇살이 깊게 드리운 거실에서

바느질을 했다.  이제 너무 짧은 치마는 입고 나서기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치맛단에 레이스를 달았다.

 

이렇게 말이다. 어수선했던 마음이 비로소 정리되는듯하다.

 

반모임 점심 약속이 있는데

C가 전화를 했다.  딸이랑 이쪽에 데이트 왔는데 밥 같이 먹잔다.

선약이 있어 안된다고 했다가 오랜만인데 하는 생각에 집에 들르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  생각해 보니 혜숙이 장례후 처음인듯 싶다.

이야기속에 당연히 그 애 이야기를 했고, 당연히 눈물을 흘렸다.

잦아질것 같지 않은 이 슬픔..

하루가 이렇게 속절없이 갔다.  괜스레 작은 소란으로 오늘 예매했던 '퓨쉬킨, 사랑을 노래하다'

공연을 놓쳤다.  아까운 티켓값..

 

책 좀 읽어야지 쓸데없이 기웃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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