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갑자기 멈칫하고 있다.
이틀전 산책길, 개나리도 피고 쑥도 마구 올라오고 있었는데
오늘은 흐린 하늘에 바람까지 불어 스산하다.
S가 떠나는 날, 지난번에 저녁먹으며 빈말로 '공항나갈까'했더니(사실 그떄도 이 애가 떠난다는게 실감나지 않았다)
좋아해서 오늘 나가기로 한거다.
내가 먼저 도착했다. 에어 캐나다 수속하는 앞에서 기다렸다.
큰 짐을 끌고 나타난 S.. 혼자 남긴 엄마와 이별하느라 지친 모습이다.
짐 부치고 던킨에서 그 애가 좋아하는 카프치노를 놓고 마주 앉았다.
말이 막힌다.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실감한다.
그애가 먼저 엄마 얘기를 하며 눈물을 보인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같이 눈물을 흘린다.
우린 한마디 하다가 울고 또 그러고 하는 동안 두 시간이 훌쩍갔다.
엄마를 부탁하고 8월말 명퇴 신청 예비서류를 부탁하고 그 애는 떠났다.
끌어안고 한바탕 눈물바람하고..
나쁜* 잘살겠다고 떠나니 내 배아프게 깃발날리며 살라고 했다.
혼자서 돌아오는 길. 멍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버스 정류장이 안보인다.
참.... 여기 출국장이니까 아래 도착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출국장에서 나가기는 또 처음이라 ..
돌아오는 버스에서 생각이 깊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일은 여전히 익숙치 않다,
내가 너무 나약한가..
그 애와 보냈던 30년 가까운 시간들이 휙휙 지나간다.
우린 참 그동안 친했었구나.. 비질비질 자꾸 눈물이 난다.
오늘따라 창밖 풍경들도 왜이리 을씨년 스러운지..
버스에서 내려 S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 어머니 .. S 비행기 잘 탔어요.
엄마는 계속 가서 잘살라고 하란 말만 되풀이 한다, ( 나도 이미 그애를 볼 수 없는데)
S가 많이 걱정하드라고 .. 무슨 일 생기면 이 번호로 전화하시라고
곧 찾아뵙겠다고 하는데 막 우시는 엄마.. 나도 눈물이 나서 전화를 끊었다.
너무 슬프다. 이렇게 슬플줄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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