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 내린 날

edina 2008. 1. 21. 18:17
 

아침에 눈을 뜨면 행복하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허둥대지 않고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것.


모두 출근시킨 후 FM 들으며 신문을 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어렴풋이 잠결에 다시 음악소리를 들으며 깼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보다만

신문을 마저 읽고 일어났다.

이런.. 눈이 내리고 있다.  길에도 수북이 쌓였다.  이런 날 아침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아니면 출근시간 차를 가지고 가야하나 말아야 하는 갈등부터 운전하며 맘 졸이고

지각에 대한 걱정으로 ‘눈’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후다닥 일어나 대충 세수하고 커피를 한 잔내렸는데 영~  잘못이다. 다시 내리기 귀찮아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451’ 커피 생각이 간절하고 , 눈 내린 청계사도 괜찮을 듯 싶어

혼자 나설까 하다가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다.  답이 없다.

그냥 백운사나 가자.  가는 도중 답이왔다.  ‘미용실에서 메니큐어 중이야’


날이 생각보다 춥지 않아 걷기 좋다.  발밑에 눈도 막 내려 쌓여 사각대는 것이 미끄럽지가 않다. 강아지 두 마리가 산책길에 동행한다.  귀여워 정말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볼까?

백운사 입구 숲 길에서 사륜구동차가 미끄러지고 있다.  재미있다. 

눈이 내려서 그런지 등산객도 뜸하고 조용해서 정말 눈이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태박산처럼 눈 꽃을 볼 수 는 없지만 나뭇가지에 제법 눈이 쌓였다.


돌아오는 길에 화원에 들러 지난번에 봐둔 시크라멘 한송이 화분에 담아오려 했는데

오늘 문을 열지 않았다. 하얀 눈 길에 빨간 시크라멘 우우~ 실망.

파리 바게트에서 빵을 사들고 나오면서 어서 가서 다시 커피를 내려 먹어야지 하는 작은 기대가 얼마나 기쁘던지..

막상 돌아와 이 신나는 기운이 소진하기 전에 일을 해야겠다고 작정한다.

빨래를 삶아 세탁기 돌리고, 냉장고를 뒤집기로 했다.  오래된 소스들, 날짜지난 비타민,  쑥 가루 등등을 버리면서 사는 일도 이렇지 않을까 싶다.

인연이 다한 사람과의 관계,  미련을 버려야 할 시간들을 너무 오래 잡고 있어 맘 고생하는 건 아닐까.


청소까지 마치고 나니 흠뻑 땀이다. 한바탕 샤워하고 이제 비로소 커피와 빵을 들고 거실로 나선다. 

아~  앞 산. 이 산이 안보였으면 난 무얼 바라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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