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연잎밥

edina 2011. 8. 25. 17:28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꺽인 날

멀리서 배달된 연잎

식탁에 펼쳐 놓으니  연 향이 슬며시 풍겨난다.

올 해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초록과의 이 조우

 

연잎밥을 만들어 보려고

연밭에 갔는데 팔지를 않아 결국 인터넷으로 구입을 했다.

생각보다 훨씬 큰 연잎

찹쌀과 맵쌀 잡곡들을 섞어 고들게 밥을 했다.

 

 

 한줌씩 연잎위에 얹어 고명으로 꾸미니

또다른 꽃이 된듯 예쁘다.

 연 잎이 크고 뻣뻣해서 싸질까 걱정을 했는데,

그래서 살짝 쪄서 쌀까도 했는데

의외로  부드러워 싸기도 쉬웠다.

 찜통에 쪄서 풀어놓으니

음~~ 이 향~~

매실장아찌를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한나절 내내 걸렸지만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 그런지 설레이기까지 했다.

여러번 되풀이 하니까 싸는 요령도 생기고

한소끔 식혀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 다시 한번 쪄서 먹으면

오래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만들고 찌고 하면서

집안에 향기가 가득 하다.  오늘 바람마저 청청하고

베란다 밖 하늘은 가을빛.

이렇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내 식대로의 어떤 의식~

 

연잎밥을 만들면서 내내 엄마 생각을 했다.

내 나이보다 이른 나이에 여자를 포기해야 했던 엄마.  내가 좀 더 철이 들었었더라면

그런 엄마의 외로움을 좀 더 이해 할수 있었을 텐데..

진흙속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그 깨달음을 연잎밥을 만들면서

알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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