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사르다(燒紙)
깊어가는 가을색
아침부터 앞을 가로막는
안개속에서 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그리움은
단풍물에 가슴 적시듯 스며들고
줄 것 모두 내어주고 버릴 것 모두 버리라고
천지간 진탕치던 초록도
흐드러지던 꽃물도 이제 숨죽이고
소멸消滅을 준비하는 이 가을은
내겐 헬스장 런닝기 위를 달리는 시간처럼
홀로 떠나는 세월
자꾸만 고여가는 가슴속 사연들
축문祝文으로 올리고
막연한 가을을 사르면
비로소 한 올 연기로 피어나는
이 홀가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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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와 추석을 쇠고
그동안 밀린 일들을 정리하느라 마음이 바쁜중에
추돌사고를 당했다.
정지선에 서서 대기하던 중 꽝~ 추돌사고.
백미러로 분명 씽씽 달려오는 차를 보았는데(왜 저리 달려올까 의심은 했지만)
내 차를 받을줄이야...
순간 정신이 없었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결국 7일간 입원신세..
딱히 외상은 없는데 괜스레 여기저기 무겁다.
면회오는 사람들 하나같이 좀 쉬라고 이런 일이 벌어졌단다. 휘이~~
이제 퇴원해서 병원서 얻어온 감기까지 앓느라 고전중이다.
내가 이전쟁을 치루는 사이 가을은 슬금슬금 어느새 깊어졌다.
은행나무도 단풍나무도 모두 가을색이다.
가을이구나. 왠지 절절 앓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가을
깊이 앓을수록 가슴 꼭꼭 생각의 에너지를 쟁일수 있다.
이 가을이 가기전 한바탕 걷기여행이라도 가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