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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설헌

edina 2007. 2. 26. 00:41

  살면서 꼭 세번 반했던 여자들이 있다.

 

 대학을 들어가자 마자 만난 여자.  전혜린이었다.

'순수한 고뇌의 대상을 바칠 수 있는 절대의 대상'이 있기를 바라던 여자

 

'격정적으로 사는것,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뜨겁게 사는것'을 바라던 여자.

 

 하인리히 빌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를 번역하고

그 이름으로 수필집을 내기도 했던 전혜린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난 뒤늦게 사춘기적 혼란에 빠지기도 했었다.

 

 운전 면허를 따고 처음 내 차를 갖고 운전하게 되었던 시절

운전 연습 삼아 택한 곳이 '현대미술관'이었다.

 

  미술에 관해서 문외한이었지만 미술관 가는 길이 좋았고

미술품에서 풍겨져 나오는 유화 물감 냄새와 고서古書 냄새가 섞인듯한

그 냄새가 그저 좋았다. 그리고 2층 휴게소의 커피맛 도 good~

 

그때 근대 미술관에서 숨이 멎을듯 나를 잡았던 그림 한 점.

최욱경이었다.  붉은 빛의 강렬한 색채.

 

'철저하게 외부 입김이 배제된 캔버스와의 싸움

어떤 편견이나 압력도 내 성을 허물지 못하리라'  던 최욱경 그녀

 

작업실 이름마저도

'무무당無無堂'이라 이름짓고 그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갑자기 생을 마감한 여자.

오고
가고
지나치면서
가버리는.......

오고
가고

가야만 하는
그리고는
영 지나쳐 버릴
만나지 못할
永別 의 線들입니다.

욱경의 글 -「線」 행복한 것 중의 하나는 에서

 

그리고 남은 여자

다시 하고싶은 공부를 시작하면서 만난 여자 허난설헌

 

남자들이 한국여인상을 신사임당이나 황진이로 분류(?)하여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그 옛날  조선에, 여자로 태어난 것과 김성립의 아내였던것을

3 恨으로 품고 살았던 여자가 있었다니..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한데

  맑은 가을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蓮花深處繫蘭舟(연화심처계란주)라        
연꽃 무성한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逢郞隔水投蓮子(봉란격수투련자)하고    
  물건너 임을 만나 연밥 따서 던지고는
  或被人知半日羞(혹피인지반일수)하네     
행여 남이 알까봐 온종일 부끄러웠네
 
'항상 선녀가 되기를 꿈꾸었지, 선녀처럼 자유롭고 아름답게 살고 싶었어.
하지만 애당초 그건 불가능한 꿈이었어..'
아끼던 하녀 감정의 품에서 죽어가며 남긴 난설헌의 말.
 
불꽃처럼 짧은 생을 살다간 여자.
생을 거스르며 살아간 여자
그러나 내내 우리 가슴에서 살아있는 여자. 
가끔 생이 무료하다고 느껴질때
숨겨놓았던 그들의 흔적을 꺼내 보면 흠씬 느껴지는 향香
그 향에 잠시 취해 있을 수 있는 내 마음의 창窓같은 이들..
그들 중 난설헌을 더 가까이 느끼고 왔다.
 
(난설헌의 생가生家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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