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편의 빈자리

edina 2006. 5. 6. 16:48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떨어져 살아본 경험이 없다.

기껏 떨어져 있어봤자 각자 여행이나 연수 때문에 길어야 열흘 남짓

그것도 남편이 집을 떠난 경우 보다 내가 여행을 핑계로(?)

방학때마다 비운 경우가 더 많았을 거다.

 

오늘 남편이 인도로 출장을 갔다.

8일정도의 기간

갑자기 남편이 긴(?) 시간 집을 비운다니까 마음이 불안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그러고 보니 작은 사고에도 내 스스로 일을 해결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차 접촉사고가 나도 남편을 부르고

집에 소소한 고장도 남편이 있어야 해결이 났고

아이들과의 분쟁도 결국은 남편 손이 가야 끝이 났다.

거기다 요즘은 집안일 마저 남편 손을 많이 타서

더 불안한가보다.

 

며칠, 남편이 떠나는 오늘까지

지난날을 헤아려보게 되었다.

맞벌이 부부의 생활이란 언제나 전쟁처럼 살기 마련

 

아이 어릴때는 딸만 둘인 덕에

아침에 두 아이 머리 묶는 일은 당근 아빠 몫이었다.

양쪽으로 예쁜 고무줄로 묶어야 하는데

양쪽의 높이가 같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한쪽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하기 마련,

두 녀석이 학생이 되었을 때는 교복 블라우스 다려 입히는 일

참 지극도 했다. 덕분에 우리 딸들은 늘 깨끗하고 주름없는

교복을 입고 다녔다.

아빠의 그 정성이 두 아이 졸업과 동시에  끝날줄 알았는데

직장을 다니면서나 대학을 다니면서도 계속되었다.

남방이나 블라우스 다리는 일로 이어진 것이다.

 

나는 그냥 두라고 하여도 남편은 여전히 다림판위에

아이들 옷을 다리고 있다.

하물며 면바지도 줄을 곧게 세워 다려 놓아 아이들이 질색하기도 한다.

작은 녀석이 속을 썩여도 묵묵히 아이 청을 들어주던 아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불과 5분 이면 가는데

아침이면 그 거리도 아이들을 실어나르는 아빠

 

마음이 흔들흔들 지금 이 나이에도 어디 새로운 꺼리(?)가 없을까

호기심 버리지 못하는 나에 비해 늘 반듯한 사람.

아마 내가 정도에서 벗어나 흐늘흐늘하다가도

다시 제 길로 돌아오는 것도 다 이런 남편덕이 아닌가 싶다.

 

어제 퇴근해서 돌아오자 마자

오랜만에 남편의 바지랑 남방을 다리며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아마도 남편은 이런 마음으로 그동안

자기 마음도 다림질 하고 있지 않았을까

 

아침 출근길에

사무실까지 태워주려고 했는데

남편은 신호대기중에 그냥 나머지는 걸어가겠노라고

기에 여행가방을 들고 내린다.

그리고는 큰 키에 바퀴달린 가방을 끌지도 않고 덜렁 들고 

휘휘 걸어간다.

 

내가 여행갈 때 나를 실어다 주며

당신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부디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보내고

다시 그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