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두물머리 카페아저씨

edina 2006. 5. 6. 16:21

 

 

양평은 내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거리상으로도 한시간이면 충분하고, 북한강이 도도히 흐르고
또한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두 곳이 있다.

엊그제도 행사로 오후 시간이 남아
동료와 두물머리에 갔다.

평일이라 길도 막히지 않고, 5월의 나무는 그 싱그러움으로
드라이브의 흥을 돋군다.
거기다 요즘 거리 울타리를 흐드러지게 꽃피우고 있는 쥐똥나무 꽃
이 쥐똥나무 꽃 향이 나는 제일 좋다.

요즘 길을 걷다가 혹은 달리다가 코 끝에 와 닿는 향기가
있다면 그건 아마 이 쥐똥 나무 향일 것이다.
나는 아무리 씽씽 달리다가도 창을 통해 넘어들어오는 이 향은
기막히게 느낀다.

두물머리에 내리니 강 주변에 역시나 쥐똥나무 꽃이 마구 피어있었다.
강 바람을 타고 강 내음과 아울리는 꽃 향을 맡으며
강가 느티나무 아래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요즘 열심히 보는 드라마 " 제 5 공화국"에서 낯익은 곳이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 두물머리였다. 황포 돛대가 강에 떠 있음직한데
그 날은 돛을 내리고 빈 배(?)만 떠 있었다.

두물 머리에는 카페가 한 곳이 있다. ' 두물머리 카페'
이곳에는 아저씨가 - 사실 아저씨라고 하지만 나보다 나이가 어릴듯-
혼자 커피도 끓여주고, 배고프다면 바지락을 넣고 수제비도 끓여 주시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지난번에 커피 마시면서 찍은 사진 올린것도 실은 이 카페였다.

여기오면 당연히 이 카페를 들려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는데
그날은 입구에 '임대'라고 커단 펫말을 붙여놓은게 아닌가..
이런... 난감해 하고 있는데 마침 주인 아저씨가 나오신다.

- 어찌된 일이얘요?
- 문 닫았어요..
- 왜요?

그저 웃음으로 답하는 아저씨 모습 또한 다르다.
늘 긴머리를 두건으로 두르고 멋지게 커피를 갈던 모습은 아니다.
머리를 자르고 야구 모자를 눌러쓴 모습

- 아저씨 사진도 찍었는데.. 너무 멋졌는데~
이 말에도 그저 웃음이다.

돌아오면서 가슴 그득한 아쉬움..
그저 허전하다. 좋아하는 하나를 잃었다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