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은 오고 있는가

edina 2011. 3. 21. 00:28

아침부터 봄비가 내린다.

 

하루종일 집을 지켜야겠다 생각하면서 김밥도 싸고, 열무 물김치도 담구고

청소도 한바탕 하고 났는데 오후들어 해가 반짝한다.

 

산책하기 좋은 날이 계속이다.

옆나라에서는 지진에 쓰나미에 원전사고까지 난리인데

여긴 이렇게 쾌청하니.. 

 

영화보자고 해놓고는 소식이 없는 O가 궁금해 전화했더니 안받는다.

그러더니 곧 울리는 전화 ~

 

- 모얌 영화보자고 했더니..

- 응~ 여기 뉴욕이야~

-모시라?  왜 갑자기 연락도 안하고?

-갑자기 오느라 그랬당~ @#&%~~~  근데 너 외출하지마. 우리나라 방사능 안온다는거

   말이안돼~~

-그래서 도망갔냐?

-그건 아니구  ...

 

암튼 딸년 유학보내서 독방 얻어준거 감찰간거다.

 

요즘 유튜브에서 부활 노래듣는거에 빠졌다.  오늘도 예외없이 해드폰끼고 산책길 나섰다.

같은 노래인데도 이승철과 박완규와 장동하가 부른 느낌이 이렇게 다르다.

암튼 산책길이 즐겁다.

 

결국 박완규 '천년사랑' 과 정동하 '사랑할수록' 다운 받았다.

사진도 올려볼까했더니 저작권 걸릴까..ㅠㅠ~

 

땅을 가진 사람들은 농사준비로 분주하다.  쿰쿰한 거름 냄새도 역겹지 않고

땅에서 푸릇푸릇 싹도 꽤 올라온다.  채 나오지도 않은 냉이를 캐는 사람들 참...

백운사까지 올라가 스트레칭하고,  내려오는 길에 솔밭에 마련된 체육시설중 윗몸 일으키기

한바탕 하고 내려오는데 뭔가 뒤가 허전하다.

아뿔싸~~  머리끈이 어디서 빠져 달아났을까?

가장 좋아하는 끈이었는데.. 다시 거슬러 올라갈까하다가 힘들어 내려오는 길을 더듬어 보는데

'있었다'  숲 길 가에 눈에 띠는 끈

얼마나 반갑던지.. 끈에게 '인연이 길구나' 말도 건넨다.

 

참.. 별것에 다 집착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어쨌거나 이 사소한 사건(?)이 행복하게 한 하루였다.

 

詩 하나를 붙잡고 며칠을 그냥 있다.

괜스레 이 시간 가슴을 시에다 할애해야하는데 딴짓만 하고 있다니..

안써질 때는 읽어야지..

 

이번호 '현대문학'에 박완서님을 추모하는 글들이 실렸다.

 

딸인 호원숙님의 추모글중

돌아가시기 이틀전 남기셨다는 일기중

 

".....

일기도 메모수준이지만 쓰기로 했다. 워밍업이다.

살아나서 고맙다.  그동안 병고로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죽었으면

못볼일은 얼마나 많았나. 매사에 감사.

 점심은 생선초밥으로 혼자 맛있게."

 

그리고는 가셨다.  가슴이 뭉클하다.

 

봄이 온것 같은데 다시 꽃샘추위가 온단다.  유난히 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