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던 날
꿈에 푸른말을 보았다. 처음엔 까만 말인가 했는데
분명 푸른말이었다. 입에는 재갈이 씌워있었고
빛을 발하가도 하였다, 그는 자기 '말'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일어나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늦게 일어나 미적대다가 '안과'를 가기 위해 나섰다.
눈앞에 뭔가 왔다갔다 하고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꽤 된것 같다.
7개월전에 검사했을 때 이상없었는데 그새 백내장이 왔단다.
검진한 의사도 7개월만에 왜 이런가 한다.
아직은 경과를 보잖다, 안약을 받아가지고 내려오다가
커피를 한 잔 마시려고 '로티보이'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다가 바라본 창밖
회색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겨울비..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몇 몇에게 문자를 보냈다.
- 겨욻비 내리는 아침, 로티보이에서 커피를 마시며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는 이 느낌
돌아오는 답
- 점심 사줄께 와~~ 어디루? 학교루? 그렇지 뭐~ 급식먹기 싫다. ㅋㅋ
- 왜 혼자 청승이냐 ? 여기루 와라 (분당)
전화~~ - 로티보이가 어딨어? (범계역 자기집 옆인데) 몰랐네.. 19일 모임있는거 알지? ..
등등~~
이 느낌을 눈치 챈 사람이 없다.
지난번 만들어진 문학지를 공공기관에 갖다주러 셋이 나섰다.
예산을 지원받기도 하고, 이번호가 이 지역을 소재로 쓴 글이라
시청, 문화원,철도박물관 등등 여러곳을 돌았다,
늦은 점심은 백운호수 ' 쎄시봉' 에서
밖이 그럴듯해서 들어갔는데 안은 더 그럴듯 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옛날식 다방
DJ와 LP판
함박스테이크도 옛날식
실내풍경
재미있다.
오늘은 '박용래'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그의 시 '월훈'을 낭독했다,
월훈 - 박용래
첩첩 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 둑, 그 너
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꽁깍지, 꽁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
록 창문은 모과(木瓜) 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
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
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 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
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옵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옵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읽는 중에도 눈물이 핑그르 돈다.
이문구는 '박용래의 눈물은 곧 詩'라 했고
눈물이 많아야 좋은 시를 쓴다는데
오늘은 펑펑 울고 싶은 날.. 詩를 써 볼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