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 둘째날 우포
주매리 동네 입구에서 가이드 '노기돌'씨를 만났다.
지난번 우포갔을 때 잠시 만났던 인연이다.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
우리를 일부러 어둔 밤길을 걷게 한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캄캄한 길이다.
우리는 귀신 얘기도 하고, 이렇게 어둔 길은 오랜만이라 서로 놀래키기도 하면서
꽤 긴 거리를 걸었다.
민박집. 30년전 MT 할 때나 만났을 그런 집이다.
하룻밤 묵기를 다행이지.. 그래도 뜨거운 물이 나와 대충 샤워하고
맥주 한 잔 마시고 이리저리 누워 수다하다가 거의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아침 7시에 일정 시작인데..
그래도 일어나 우포늪에 일출을 본다고 서둘렀는데 하늘이 흐리다.
사지포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려 짊어지고 나섰다.
목포를 돌아 우포 늪까지 걷고 또 걸었다.
초록내음을 품고 부는 바람
그리고 흐르는 풀 향기. 숲 내음.. 산버들 나무 의 연두색
흐린물빛과 그 위를 떠다니거나 솟구쳐 나르는 새 들..
늪 사이사이에 피어있는 꽃들
걷고 걸어도 힘든줄도 지루한 줄도 모르겠다.
둑에 올라서면 멀리를 보고
사람들 손길이 닿지 않은 길을 걸으면 맘껏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힘들면 이렇게 원시림 같은 숲속에 앉아 쉬기도 하고
바닥에 지천인 쑥, 냉이, 갓들을 캐기도 했다.
신발을 벗어들고 걷던 길에
발바닥에 느껴지던 푹신한 촉감
그렇게 8시간도 넘게 걸었다. 사지포, 목포, 우포 늪을 모두 보았고
쪽지벌만을 남겼다.
저녁시간
저녁을 먹으러 간 집도 참 좋다.
'언덕의 풀' 집 앞에 '입춘대길'이란 식상한 글 대신
'새 봄의 첫설레임' 이라고 멋진 글씨로 써 붙여 놓았다.
음식도 정갈하고 맛있고
남도 음식답지 않게 간도 심심하다.
반주로 마신 우포전통주 한 잔에 온몸의 피로가 확 풀린다.
창녕서 남부터미날 가는 오후 5시 버스를 탔다.
그리고 차 안에서 정신없이 잤다.
터미날에서 내려 만난 바람.. 초록빛도 숲 내음도 없는 스산한 바람이다.
아~ 날씨는 또 왜 그리 춥던지..
그리운 우포 .. 다른 계절에도 다시 가보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