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유키 구라모토의 가을 이야기

edina 2008. 9. 8. 11:32

아침 안개에서 문득 가을 냄새를 맡았다.

주말 차가 밀릴것 같아 일찍 서두른 덕분이다.

그러나 안성까지 고속도로는 뻥뚫려있었다.  일행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이르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바우덕이 묘'를 찾았다.

고종때 미모와 춤솜씨로 여러남자들 가슴 설레게 했다는 여자 꼭두쇠의 무덤이다.

 

무덤을 돌아 올라가는 산길이 이뻐 한참을 올라갔다.  나무틈 사이로 햇빛이 쏟아진다.

황홀지경이다.  폰카의 한계가 아쉽다.

 

안성 장날 모습을 꾸며논 곳에서 일행을 만났다.

 

오늘은 서운산 산행이다. 서운산瑞雲  .. 말대로 구름이 서린다는 산은 오르는 길이 정말 예쁘다.

입구에 청룡사를 들렀다.  작은 마당에 대웅전만 오뚝한 작은 절이다.

 

 아직 몸이 완전치 않아 나는 운적암까지만 갔다.  거기까지도 중간에 포기할까 했는데

운적암 400m 남았다는 표지를 보고 마지막 힘을 냈다.

 

사진의 댓돌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바람과 물소리조차도 고요하다.

턱을 괴고 사유속으로 얼마나 빠져들었나

툭 떨어지는 상수리잎에 놀라 깊은 상념에서 깨었다.

 

내려오는 길, 비로소 덥다. 목도 마른데 물 먹을 곳이 없다.

아까 운적암 마당에 있던 약수생각이 간절하다.  떠 먹을 그릇이 마땅치 않아(걸려있는 바가지가 마뜩치 않아서)

그냥 내려왔는데.. 

다시 일행과 만나 포도밭으로 갔다.

포도가

말 그대로 주렁주렁이다.

성혁대장네서 해 온 오징어 구이는 여전히 맛있다.

이번에도 대장님이 양념한거라고 놀렸더니

아니라고 우기는 혜원엄마가 귀엽다.

마당에서는 포도주에 목욕한 삼겹살이 구어지고 있다.

 

얼마나 맛있던지 오랜만에 맘놓고 맥주를 마셨다.  

 나는 오후에 약속에 있어 여기서 일행과 헤어졌다. 터미날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윤주와 만나 저녁은 서래마을 '탐볼라'에서 먹었다. 정통 이태리 식당인듯 ..

예약을 안하면 안된다는데 우리는 잠깐 저녁만 먹을거라 겨우 자리를 얻었다.

 

 

샐러드는 토마토에 곁들인 치즈덩어리, 그런데 맛은 그만이다.

고다치즈 피자가 특인한것 같아 주문했는데  시나몬향을 곁들인 피자는 예전에 이태리서 맛보았던 그 맛이다.

라쟈냐는 큰 특징이 없다.

점심을 많이 먹어 배가 엄청 불렀는데도 피자를 다먹었다.

 

저녁을 먹고 예술의 전당으로

내 핸폰 컬러링이 유키 구라모토의 ' Romance' 다. 사실 난 뉴에이지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로망스는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첼로로 연주되었던게 좋아서 사용하고 있는데

영준이 내가 유키 구라모토를 좋아하는 줄 알고 예약을 했단다.

오늘 예전앞 마당 분수 쇼가 더 이쁘다 . 냉커피 마시며 아이들이 지르는 환호성을 들었다.

 

피아노만의 연주회는 처음이다. 내가 호흡이 길지 못해 끝까지 집중할까 걱정이 되었다.

 

첫곡은 "Timeless Love' 이어서 바로 'Romance'   이 곡을 라이브로 듣는 감회는 새롭다.

 

유키는 무대 매너도 그만이었다.  애써 메모해온 것을 한국말로 전하려는 노력도 그렇고

중간중간 섞는 유머도 좋았다.

곡 해설을 하면서 연주를 하는 진행 방법도 특이하다.

역시 피아노만은 그러니까 디토 쳄버가 같이 협연하기도 했다.

캐나다 여행중 작곡했다는 'Lake Louise' 가 참 좋았다. 피아노와 이석중의 바이얼린 소리가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이 곡은 특이하게 커튼 콜로 다시 연주를 하였다.

 

생각외로 콘서트 홀이 매진이다.  청중들 열정도 대단하여 커튼 콜을 다섯곡이나 받았다.

마지막 곡을 신승훈의 ' I  believe'을 연주하는  배려도 있어 큰 박수를 받았다.

거의 3부 수준.  그래 공연이 2시간 반이나 이어졌다.

뉴 에이지 음악과 유키 구라모토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