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개성공단 가다

edina 2008. 2. 1. 20:07

며칠 정신없이 돌아다녔고, 엄마가 요양병원을 옮기는 바람에 갈까말까 망설이던 기회였다

 

안국역 현대사옥앞에서 도라산 역까지 가는 오전 7시 4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선 시간 6시10분.

일찍도착해서 안국역 파리 바게트에서 카페라테 한 잔을 마시니 그제야 정신이 든다.

1시간이면 도라산역까지 갈수 있을까?  더구나 아침시간인데..? 하던 생각은 기우였다.

도라산역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고 핸드폰을 물품 보관함에 넣고 '출경'- 외국나가는것과 달리 출경, 입경 그렇게 표시되어있었다.  미묘한 느낌..

비무장지대를 건너 우리쪽 공동경비구역 까지는 우리 헌병차가 경호를 한다. 

그리고 그 너머 북한 경비구역에서는 북한 측 차가 인계하여 간다.  지난번 노무현 대통령이 비장한 표정으로 발디딤을 하던

그곳을 이렇게 간단하게 넘을줄이야.  그리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었을 줄이야..

 

몇 사람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이렇게 긴 세월 이 땅을 이렇게 선 하나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다니..

 

개성공단은 철조망으로 둘러쳐 외부와 철저히 고립시켜 놓았다.  넓은 땅에 이제 막 우리나라 업체들이 들어서고 있는 상태.

앞으로 이곳이 모두 채워진다면 어마어마한 공단 지역이 조성될듯하다.

 

점심을 먹고 운전하시는 분이 개성공단 내를 차로 다니며 소개해주셨다.

어찌나 입담이 좋던지 내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만 소개해 보면..

 

* 내가 2006년에 처음 여기 왔을 때 평일날인데 노는 날이래서 아니 왜 노는 날이냐고 했더니 북한 사람 왈

 

  -  아니 선생은 학교에서 몰 배웠습네까?  온 세계가 경애하는 수령님의 생신날을 모르다니 선생은 학교에서 공부를 한겁네까? 안한겁네까?  

 

**  개성공단 테두리를 지나면 민가가 몰려있는 마을이 지척에 보인다.  겉도 초라한데 뒤로 보면 더 엉망이란다.  그래서 북한 사람에게 왜 집 뒤는 저 모양이냐고 했더니

 

- 아니 선생은 넥타이를 앞으로 매지 뒤집어 맵네까?    뜨악~

 

어휴 이밖에도 많은데 내 머리 메모리 용량이 딸려서..  최경순 샘이 가셨어야 하는데 ㅋㅋ

 

우리측에서 공원을 만들고 다리도 놓고 했는데 그 다리 이름을 '만남의 다리'로 하려고 했는데

북측에서 ' 누가 누굴 만난단 말입네까?" 하고 딴지를 걸어 결국 ' 삼봉교'로 했다나..

 

오후 5시.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갔다.  그동안 북측 고위 인사들이 와서 긴장도 했지만' 내린 커피'를 한 잔 주기도 했다.

믹스커피가 '태운 커피' 라는 것도 첨 알았다  ^.*

 

한꺼번에 하지 않더라고 조금씩 사람들의 생활속에 스며들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자기를 버리고 그곳에서 봉사하시는 원장님, 그리고 봉사자들..  특히 우리를 안내해주시던 김 성 님.

모두 그립다.  그리고 그들의 바램이 언젠가는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