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난설헌
살면서 꼭 세번 반했던 여자들이 있다.
대학을 들어가자 마자 만난 여자. 전혜린이었다. '순수한 고뇌의 대상을 바칠 수 있는 절대의 대상'이 있기를 바라던 여자
'격정적으로 사는것,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뜨겁게 사는것'을 바라던 여자.
하인리히 빌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를 번역하고 그 이름으로 수필집을 내기도 했던 전혜린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난 뒤늦게 사춘기적 혼란에 빠지기도 했었다.
운전 면허를 따고 처음 내 차를 갖고 운전하게 되었던 시절 운전 연습 삼아 택한 곳이 '현대미술관'이었다.
미술에 관해서 문외한이었지만 미술관 가는 길이 좋았고 미술품에서 풍겨져 나오는 유화 물감 냄새와 고서古書 냄새가 섞인듯한 그 냄새가 그저 좋았다. 그리고 2층 휴게소의 커피맛 도 good~
그때 근대 미술관에서 숨이 멎을듯 나를 잡았던 그림 한 점. 최욱경이었다. 붉은 빛의 강렬한 색채.
'철저하게 외부 입김이 배제된 캔버스와의 싸움 어떤 편견이나 압력도 내 성을 허물지 못하리라' 던 최욱경 그녀
작업실 이름마저도 '무무당無無堂'이라 이름짓고 그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갑자기 생을 마감한 여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