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화 ' 가을로' 보다

edina 2006. 11. 2. 11:12
 

  가을 색色이 깊어지는 요즘 영화 ‘가을로’를 보았다.

  김대승 감독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엮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은 ‘우이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사막이란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화면으로는 사구沙丘라는 표현이 맞을 듯,  1995년 여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땅 서초에 있는 삼풍 백화점이 느닷없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고 그들에게 있었을 많은 사연 중 세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한 작품이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된 민주 (김지수)와 현우(유지태), 결혼 준비를 하러 백화점에서 현우를 기다리던 민주, 민주를 만나러 가려고 막 길을 건너는데 현우 앞에서 무너져 내린 백화점.  민주는 그렇게 가고, 10년 후에 현우에게 돌아온 노트 한 권.  민주가 손수 그린 신혼여행 지도였다.  그 길을 따라 여행을 떠난 현우와 현우 앞에 나타난 여인 세진(엄지원), 그녀는 현우에게 또 다른 운명이었는지 모르겠다.

  영화 시작과 함께 뒤에 앉은 젊은 연인들은 벌써 훌쩍거린다. 난 그냥 덤덤함. 나이 들어 감정이 고갈되어서?  그거야 어떻든 말릴 수 없는 거라면 내 이 감정의 메마름에는 분명 연기자들의 연기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김지수는 드라마에서만 만났지 영화로는 처음이고, 유지태는 우연히도 내가 본 최근 영화가 ‘ 봄날은 간다’,‘올드보이’,‘동감‘ 3편이나 된다.  그 중 ’ 봄날은 간다‘ 에서만 느낌이 좋았고 나머지 영화에서의 그의 연기는 그저 그런 아니 왠지 좀 심심한 듯한 느낌이었다. 

  소문대로 영상은 최고인 듯,  이 가을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7번 국도를 따라 전라남도 목포 끝 신안군 우이도에서 경주, 울산, 울진, 포항을 거쳐 강원도 영월, 태백까지. 우이도의 모래사막,  담양 소쇄원, 계림, 포항 내연산의 12폭포, 울진 평해 월송정 해맞이 공원, 울진 불영사, 증산역, 월정사 소나무 숲과 전나무 숲, 저기가 어딜까 궁금했던 곳은 바로 담양 가는 길 메타세콰이어 길..

 이 중 가본 곳도 있지만 못 본 곳이 더 많아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다.  이런 풍광과 어울리는 영화 음악이 참 백미 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를 위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쓰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  많은 음악 중에 골라 삽입한다는것도 쉬운 건 아니다.

 민주가 죽기 전  만날 때는 모짤트 클라리넷 협주곡이 그리고 내내 영상들과 어우러지던 헨델의 라르고, 세진과 만나면서 볼프페라리 성모의 보석 간주곡..

  음악과 아름다운 가을 모습들의 연출이 오히려 가슴을 아리게 하였다. 오늘 오랜만에 쉬는 동안 내내 성모의 보석을 들었다.  어제 그 메타세콰이어 길을 떠올리면서..

 영화중에 기억에 남는 말 한마디 떠올려 본다.

 ‘ 지금 우리마음은 사막처럼 황량하지만 이 여행이 끝날 때 마음속에 나무숲이 기득할 거야’ 민주는 짧은 생의 여행을 끝마쳤고, 현우와 세진은 민주를 통해 알게 된 여행을 통해 생의 새로운 여행을 꿈꿀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가을의 내 마음속 주제  ‘ Must have ,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