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치와 여유

edina 2006. 5. 13. 16:07
 

갑자기 소고기에 시금치 널고 둘둘 말은 김밥이 먹고 싶었다.

김밥이 먹고 싶은데 파는 김밥에 특유한 냄새가 싫었던 거다.

어제 밤 늦게부터 하루를 넘긴 시간까지 김밥을 쌌다.

우찌나 맛있던지 .. 먹고 도시락으로 싸놓고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아침 늦은 시간에 일어나 보니 도시락 임자들은 이미 나가고 없다.

남편은 등산, 아이는 여행..  어지럽혀진 거실이랑 주방

한숨 돌리고 열심히 치운다.

힘이 부치기 시작하고 땀은 흠뻑 온 몸을 감고 이쯤에서 멈추고

샤워를 한다.  기분이 상쾌하다.  베란다 햇살은 따스하다.

문득 훅 끼치는  커피향.. 바삭한 토스트 감촉.

모자 눌러쓰고 시동을 건다.  집에서 30분여 거리에 있는 작은 카페

'coffeehappy' ( http://www.coffeehappy.co.kr/)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차는 좀 밀리지만 급한 일도 시간 약속도 하지 않았으니 여유롭다.  차창으로 밀려들어오는 바람에 이름모를 꽃 내음이 섞여 상큼하다.


 카페는 아예 넓은 창을 없애고 테라스까지 탁자를 놓았다.

입구부터 작은 꽃 화분들이 예쁘다. 

 하얀 테이블보와 분홍 들장미 화분이 놓인 작은 탁자에 앉았다.

오늘은 ‘콜롬비아 에스메랄다’를 주문한다. 효소로 발효한 식빵의 토스트와 함께 기다리는 동안 근처 사는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역시 월요일 임시 공휴일까지 연결된 연휴에 집에 있을 리 없다.

평창가고 있어요.  여행중이어요....


커피와 토스트가 나오고 주인 아주머니와 커피 이야기도 잠시 나눈다.

리필 해주는 커피를 마시며 조용호의 단편 하나를 읽는다.  앞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도 오늘은 소음이 아니다.


시간 반쯤의 여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사치와 여유를 부릴 수 있어 행복하다.

집이 가까워 지면서 나는 이미 저녁 메뉴 생각을 하고 있다.

슈퍼에 들르니 오늘 생태가 크고 싱싱하다. 생태찌개에 취나물, 호박전으로 결론을 내리고 장을 보아 집에 왔다. 

하루에서 한낮이 훌쩍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