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전생이야기

edina 2005. 12. 29. 16:01

전생 이야기

네 여자가 오랜만에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것도 S대 앞에서 4,500원이면 순두부 찌개에 커피까지 주는 화려한 점심을.. 어디든 대학 주변은 활기가 넘쳐 그냥 지나치기만 해도 기가 팍팍 전해지는 듯 해 절로 기분이 상승한다.

 

네 여자의 성격을 이렇다.

아지매1 - 전형적인 ESTJ (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며 활동을 조직화하고 주도 해 나가는 지도력이 있다.)

아지매2 - ENFP ( 따뜻하고 정열적이고 활기가 넘치며 재능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아지매3 - ISFP ( 말없이 다정하고 온화하며 친절하고 연기력이 뛰어나며 겸손하다.)

나 - INFP ( 인내심이 많고 양심이 바르고 강한 통찰력과 직관력으로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며 완벽 주위적 경향이 있다.)

 

이야기의 초점이 전생에 맞추어졌다. 늘 정열적이고 외모에도 관심이 많은 아지매2(이하 숫자로 호칭)가 드디어 일을 만든 것이다. 평소 남편과 지나치게 끈끈한(?) 관계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신촌 부근에서 개업하고 있는 심리학과 교수를 찾아갔다는 것이다. 거기서 자기의 전생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생생하게 경험한 듯 했다나. 

즉 자기가 인도 어느 지방에서 목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목이 말라 시냇가에서 물을 먹으려는데 위에 있던 바위가 굴러 떨어지더니 자기 어깨를 내리쳤고 철철 피를 흘리더란다. 최면에서 깨어나고 그 이후 몇 번의 과정을 통해 그동안 고질병으로 앓고 있던 어꺠통증이 씻은 듯이 나았고, 남편과의 전생의 관계를 보는 일로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홀린 듯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갔고, 그 이후의 반응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1 은 그 특유의 경상도 말투로 " 치어뻐려라 마~. 전생은 알아 뭐할라꼬.. 이 나이 되면 그냥 그냥 사는 거지 뭘 그라노 " 한다.

 

3 은 완전 몰입이다. 한동안 말이 없더니 드디어 그 특유의 커단 눈을 굴리는 표정을 하더니 자기도 꼭 전생을 보아야겠다는 것이다. 술과 노는 일로 가장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남편이 전생에 무슨 원수지간이었기에 이러는 것일까 따져 봐야겠다는 거다.

 

2 가 측근에 바람둥이로 무진장 속을 썩이던 남편과 결국 이혼을 하게 된 어느 여자가 전생에 그 남자와 종과 마나님 관계에서 그 남자를 호되게 했다는 전생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아주 결심을 굳혀버리는 듯 했다.

 

나는 어쩜 저렇게 자기의 성격 패턴대로 생각하고 행동할까 헤아리면서 후후 웃어본다. 그러면서 나의 전생에 대해 잠깐 생각하면서 부질없는 짓일거라 삭여버린다.

어쨌든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인연이 아니었을까?

전생의 어떤 만남이었는지 알게 된다 한들 현재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런지..

 

그래 나는 조심스럽게 3 에게 '그럼 전생에 남편이 자기에게 무수한 희생을 한 사람이었다면 이제 그를 다 받아들일 수 있겠냐' 고 묻는다. 3 은 대답이 없다.

 

부부든 어느 누구와든 " 만남" 의 관계에서 화합하고 틈이 생기고 하는 것은 둘 사이의 집착하는 양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가지고 싶어하는 너의 부분과 네가 내주려고 하는 부분에서 오는 둘 사이의 소유권 다툼 같은거.

 

저녁에 남편에게 당신은 전생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넌지시 물어본다. ISTJ( 신중하고 조용하고 집중력이 강하고 매사에 철저하며 사리 분별력이 뛰어나다) 인 그는 그 성격대로 '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 로 답을 한다.

나는 전생에 대한 궁금증 보다 내가 來世에서 누구를 만나 살게 되었음 좋겠다고 내 얹힌 가슴을 휘휘 저어본다.

그러면서 '만남' 이든 '스침'이든 내가 만난 사람들이 새삼 소중한단 생각을 해 본다.

 

참고로 우리 나라 남자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나려면 대체로 "J(판단형)"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40이 넘으면 "P( 인식형)"으로 살고 싶어한단다. 그래서 40을 불혹(不惑)이라 했나?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고 말이다.